부당이득

부당이득

1. 부당이득과 정당한 이득의 경계

부당이득이란 무엇인가?

부당이득은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정당한 이유 없이 얻은 이익”**을 말합니다. 법적으로는 한쪽이 아무런 법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본 상태를 의미해요.
쉽게 비유하자면,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떨어뜨린 지갑을 주웠는데 돌려주지 않고 써버린 상황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그 지갑 속 돈은 나에게 “온 이유가 없는 이득”, 바로 부당이득이 되는 거죠.

왜 부당이득이 문제가 될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 법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부당이득을 그대로 두면 정당하게 노력한 사람은 손해를 보고, 우연히 이익을 얻은 사람만 이득을 보게 되겠죠.
그래서 법은 “정당한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은 원상으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합니다. 이게 바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기본 원리예요. 공평과 형평이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2. 부당이득이 성립하려면? 

1) 상대방의 이익이 실제로 있어야 한다

부당이득이 되려면 우선 누군가가 이익을 얻어야 합니다. 여기서 이익은 꼭 ‘현금’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채무가 줄어들거나, 물건을 무상으로 사용한 경우도 이익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갚아야 할 돈을 A가 착각해서 대신 갚아줬다면, 나는 그만큼 채무가 줄어든 이익을 본 셈이고, 이 상황도 부당이득 문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2) 그 이익 때문에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이익만 있다고 해서 다 부당이득은 아니에요. 상대방의 손해가 함께 존재해야 합니다. 한쪽이 부당이득을 얻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거나 재산상 불리한 변화가 생기죠.
예를 들어, 잘못 송금된 돈을 받은 사람은 이익을 본 것이고, 송금한 사람은 그만큼 손해를 본 상황입니다. 이 둘 사이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반환청구가 등장합니다.

3) 법률상 원인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법률상 원인의 부존재입니다. 쉽게 말하면, 그 이익을 얻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부당이득이 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계약에 따라 돈을 받은 거라면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계약이 무효였거나, 취소되었거나, 착각으로 지급된 돈이라면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보게 됩니다.

4)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익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 즉 “이 사람의 이익 때문에 저 사람이 손해를 봤다”는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잘못 보낸 돈을 C가 어쩌다가 얻은 상황이라면, A의 손해와 C의 이익 사이 직접적인 연결이 없을 수도 있죠. 이런 경우는 부당이득으로 바로 보기 어렵고, 상황에 따라 다른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3. 부당이득과 계약 위반의 다른 점

계약 위반은 ‘계약’이 전제, 부당이득은 ‘계약 없음’이 핵심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포인트가 바로 계약 위반과 부당이득의 차이입니다.
계약 위반은 이미 유효한 계약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를 말하고, 부당이득은 애초에 계약이나 법률상 근거 없이 이익이 오간 경우에 초점을 맞춥니다.
즉, 계약 위반은 “약속을 어겼다”에 가깝고, 부당이득은 “약속도 없는데 이익을 가져갔다”에 가깝습니다.

손해배상 vs 부당이득반환, 무엇을 청구할까?

계약 위반에서는 보통 손해배상청구를 합니다. “당신이 약속을 안 지켜서 내가 이만큼 손해를 봤으니 배상하라”는 구조죠.
반면 부당이득에서는 “당신이 부당하게 가져간 이익을 그대로 돌려달라”는 원상회복이 핵심이에요. 이 차이에 따라 소송 전략과 입증 포인트도 달라집니다.


4. 일상생활 속 부당이득 사례

잘못 송금된 계좌이체, 대표적인 부당이득

가장 흔한 부당이득 사례가 바로 오입금, 잘못된 계좌이체입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돈이 들어갔는데, 그 사람이 돌려주지 않고 써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받는 사람은 법률상 원인 없이 돈이라는 부당이득을 얻었고, 송금한 사람은 손해를 본 상태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 포인트, 마일리지도 부당이득이 될 수 있을까?

조금 더 미묘한 사례로는 포인트·마일리지·할인혜택 등이 있어요. 시스템 오류로 실제 결제 금액 이상으로 포인트가 쌓였는데 그걸 알고도 계속 사용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도 “시스템 오류로 쌓인 포인트”는 정당한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고, 사업자가 이를 회수하려 할 때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포인트도 금전적 가치가 있는 만큼, 부당이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중복 지급된 급여, 알고도 그대로 받으면?

회사에서 실수로 급여를 두 번 지급한 경우도 부당이득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특히 본인이 “어? 이거 이상한데?”라고 생각할 정도로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반환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회사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해 초과 지급분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근로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겠죠.


5. 부당이득과 임대차 관계에서의 쟁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 부당이득일까?

전세나 월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 또한 부당이득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계속 쥐고 있는 것은 법률상 원인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집 수리비, 체납 관리비, 공과금 등을 둘러싼 정산 문제가 함께 얽혀 있어서, 단순히 “무조건 부당이득”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단 점유, 무상 사용도 부당이득이 된다

임대차 계약이 끝났는데도 세입자가 계속 집을 쓰고 있다면, 그 사용 이익 또한 부당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당신이 계약 없이 내 집을 써서 이익을 보았으니,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주장할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회사 물건이나 차량을 개인 용도로 무단 사용한 경우에도 사용이익 부분이 부당이득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6. 회사·사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부당이득

잘못된 정산, 과다 지급된 대금

거래처와의 정산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대금 과지급입니다. 수량이나 단가를 잘못 입력해서 실제보다 더 많이 지급했다면, 상대방은 그만큼 부당이득을 얻은 셈입니다.
상대방이 이를 알고도 돌려주지 않는다면, 향후에는 단순한 정산 문제가 아니라 부당이득 반환소송으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라이선스·저작권을 벗어난 이용

소프트웨어, 이미지, 글, 디자인을 허락된 범위를 넘어 사용한 경우도 부당이득 문제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개 사이트 사용 라이선스만 구매했는데 여러 사이트에 복제해서 쓰는 경우를 떠올려 볼 수 있죠.
이때 권리자는 “당신이 허락된 범위를 넘어 사용한 만큼 이익을 봤으니, 그 부분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과 부당이득반환이 함께 문제 되는 영역이에요.


7. 상속·이혼 과정에서의 부당이득 분쟁

상속재산을 혼자 독점한 경우

형제자매 중 한 사람이 상속재산을 몰래 처분하거나 혼자 사용하는 경우, 다른 상속인들 입장에서는 부당이득을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상속지분에 비해 과도하게 이익을 취했다면, 그 초과 부분은 부당이득으로 평가되어 반환 요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혼 재산분할과 부당이득의 미묘한 경계

이혼 과정에서 한쪽 배우자가 공동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하거나 숨긴 경우, 재산분할과는 별개로 부당이득 문제가 붙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혼인 중 공동으로 모은 자금을 한쪽이 몰래 인출해 자기 명의로만 투자했다면, 상대 배우자는 그 부분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다만 실제로는 이혼·재산분할·위자료 등과 복합적으로 다뤄져 복잡한 법리 검토가 필요합니다.


8. 부당이득 반환 청구 절차

1단계: 내용증명으로 먼저 요구해보기

많은 경우, 처음부터 소송으로 가기보다는 내용증명으로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언제, 어떤 경위로, 얼마의 부당이득이 발생했고, 이를 언제까지 돌려달라”고 정리해서 보내는 거죠.
상대방이 실수였다는 걸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돌려주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2단계: 협상·합의 시도

내용증명 이후에는 합의나 분할 상환 등의 협상이 오갈 수 있습니다. 금액이 크거나 사정이 복잡한 경우, 상대방도 한꺼번에 지급하기 어려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정말 소송까지 갈 건지”, “얼마까지 양보할 수 있을지”, “시간을 어느 정도 허용할지”를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3단계: 소송 제기 –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협상이 결렬되면 결국 선택지는 소송입니다. 이때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소장을 제출하게 됩니다.
소송에서는 부당이득이 성립하는지, 금액이 얼마인지, 소멸시효는 지나지 않았는지 등을 다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료·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9. 소멸시효와 부당이득,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부당이득도 청구 못 한다

아무리 명백한 부당이득이라도, 소멸시효가 지나면 법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워집니다. “나중에 천천히 해결하지 뭐”라고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청구 자체가 막혀버릴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부당이득 문제를 인지했다면, 감정적으로 힘들더라도 언제 발생했고, 언제 알게 되었는지부터 정리해두는 게 좋습니다.

정확한 시효는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부분

부당이득의 소멸시효는 유형과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 채권인지, 상행위인지, 특수한 법률관계인지 등에 따라 시효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만으로 단정하는 건 위험해요.
애매한 경우에는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지”를 변호사와 상의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당이득은 결국 타이밍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 부당이득과 형사 문제, 사기·횡령과의 경계

단순 부당이득 vs 형사처벌 대상 행위

모든 부당이득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잘못 들어온 돈을 그냥 냅두었다고 해서 무조건 구속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고의적으로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가 있다면, 그때는 사기·횡령·배임 등 형사범죄와 엮여 버릴 수 있습니다.

“몰랐다”는 변명, 어디까지 통할까?

부당이득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정말 몰랐어요”입니다. 처음에는 몰랐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이상한 입금 사실을 알고도 일부러 무시했다면, 그때부터는 책임이 무거워질 수 있어요.
법원은 이 사람이 어느 시점부터는 알았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부당이득을 알게 된 순간부터는, 가능한 한 빠르게 반환하거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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